RGB의 색 표현과 디지털 페인팅 프로그램이 갖는 한계
포토샵이나 프로크리에이트와 같은 디지털 페인팅 프로그램은 RGB 색광으로 색을 표현한다. 빨강, 파랑, 초록 3색을 가지고 색조, 채도와 밝기를 조정해서 다양한 색을 만드는 방식인데, 사실 실제 세계의 물감은 훨씬 더 넓은 색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RGB의 특성은 색상이 혼합될 때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실제 세계라면 파랑과 노랑이 섞여 초록색이 되지만, 포토샵에서는 거의 회색에 가까워진다. 이것이 페인팅 프로그램이 갖는 한계이다.
새로운 색채 표현 기법, Mixbox
2021년 12월 체코의 한 공과대학 연구팀이 실제 물감처럼 색상을 배합하는 플러그 앤 플레이 모듈 Mixbox를 최초로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듣고 깨달은 것은 내가 그동안 페인팅 프로그램을 쓰면서 색 배합에 대해 전혀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그림 기법을 쓰는 사람이라면, 실제처럼 작동하는 색상 배합 기능이 매우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Mixbox는 파랑과 노랑을 섞으면 초록색으로 표현한다. 색 배합을 마치 실제 물감처럼 재현하는 것인데, 놀라운 것은 그 원리가 똑같은 RGB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쿠벨카-멍크 모델을 블랙박스 시스템에 RGB로 입출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의 자세한 작동 원리는 첨부한 PDF 파일을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Mixbox를 사용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Rebelle 5
현재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Mixbox를 사용해볼 수 있는 페인팅 툴로는 Rebelle 5가 유일하다. 레벨은 수채화와 유화 등 전통적인 기법을 다루는 페인팅 툴이라 Mixbox를 가장 먼저 채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에서는 케이엘테크놀로지 이스토어에서 115,000원에 레벨 4를 구매할 수 있고, 레벨 5는 escapemotions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레벨 5와 레벨 5 pro가 있는데, 레벨 5만으로도 Mixbox를 사용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 포토샵, 프로크리에이트 등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Mixbox를 기대하며
그동안 RGB 스펙트럼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멋진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Mixbox를 통해 실제 물성을 가진 물감처럼 입체적이면서 색다른 색감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꼭 써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더구나 플러그앤플레이 모듈이라 기존의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희망사항으로는 조만간 프로크리에이트에도 빠른 시일 내에 적용이 돼서 직접 써보고 싶고, 이를 이용한 멋진 이미지들이 어서 많이 창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